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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계에 의한 업무 방해죄: 승부 조작이 처벌받는 법적 논리

승부 조작과 위계에 의한 업무 방해죄의 연결 고리

승부 조작 사건이 보도될 때면, 많은 사람들이 ‘사기죄’나 ‘배임죄’를 먼저 떠올립니다. 그러나 법원은 종종 이러한 행위를 ‘위계에 의한 업무 방해죄’로 처벌합니다. 이는 단순한 사기 이상의, 사회적 신뢰를 훼손하고 공정한 경쟁 질서를 근본적으로 뒤흔드는 행위로 보기 때문입니다. 위계에 의한 업무 방해죄는 상대방을 기망하거나 공갈하여 업무를 방해하는 것을 처벌하는 규정으로, 승부 조작의 핵심 피해 대상이 개인의 재산이 아니라 스포츠 경기나 e스포츠 대회 자체의 정상적인 운영 공정성이라는 점에 주목합니다.

실제로, 선수나 심판을 돈으로 매수해 의도적으로 경기를 패배하게 하거나 특정 점수를 내게 하는 행위는, 표면적으로는 선수 개인과의 계약 위반처럼 보일 수 있습니다. 반면에 법리는 이를 더 넓은 시각으로 바라봅니다. 해당 경기를 운영하는 리그나 협회, 그리고 그 경기를 통해 이루어지는 방송, 광고, 토너먼트 진행 등 모든 관련 업무의 정상성을 침해하는 것으로 평가하는 것입니다. 매수 행위 자체가 ‘위계(기망)’에 해당하며, 그로 인해 ‘업무’가 방해받는 구조입니다.

결과적으로 승부 조작을 단순한 개인 간의 비리로 보지 않고, 위계에 의한 업무 방해죄로 접근하는 법적 논리는 스포츠 경기나 e스포츠 대회를 하나의 사회적·경제적 ‘업무’ 체계로 인정하는 데서 출발합니다. 이는 승부 조작의 폐해가 개별 선수의 명예 훼손을 넘어, 팬들의 신뢰, 리그의 공정성, 관련 산업 전반에 미치는 악영향을 포괄적으로 규제하려는 의도입니다. 이러한 접근법은 사기죄로는 다루기 어려운 공정성 훼손이라는 추상적이지만 핵심적인 피해를 법의 테두리 안으로 끌어들이는 효과가 있습니다.

위계(기망)의 구체적 행위와 업무의 범위

위계에 의한 업무 방해죄에서 ‘위계’란 상대방을 속여 오인하게 하거나 공포심을 일으키게 하는 행위를 말합니다. 승부 조작의 맥락에서 이는 주로 ‘기망’의 형태로 나타납니다. 조작 주체가 선수나 관계자에게 거짓 정보를 제공하거나, 금전적 이익을 제시하며 진실을 숨긴 채 의도된 행동을 하도록 유도하는 것이 대표적입니다. 예컨대, “이번 경기만 져 주면 큰 돈을 주겠다”며 정상적인 승부욕 대신 금전적 유인을 통해 판단을 흐리게 하는 행위가 여기에 해당합니다.

여기서 ‘업무’란 법인이거나 개인이거나 상관없이 사회생활상 계속적으로 종사하는 사무를 의미합니다, 스포츠 팀의 경기 운영, e스포츠 리그사의 대회 주관, 방송사의 중계 업무, 스포츠토토사의 배당률 설정 및 판매 업무 등이 모두 해당됩니다. 승부 조작은 이러한 각 기관의 업무가 전제로 하는 ‘공정한 결과’라는 기본 가정을 무너뜨림으로써, 그들의 업무 수행 자체를 불가능하게 하거나 심각히 훼손합니다.

조작된 경기를 중계하는 방송사의 경우 시청자에게 공정한 콘텐츠를 제공한다는 업무 본질이 훼손됩니다. 스포츠토토사의 경우 공정한 경기 결과를 바탕으로 배당을 계산하고 판매하는 업무 체계가 왜곡됩니다. 따라서 피해는 특정 한 개인에게 집중되지 않고, 경기와 연관된 모든 공정 업무 수행자에게 확산된다고 볼 수 있습니다. 이처럼 업무의 범위를 넓게 해석함으로써, 승부 조작의 사회적 해악을 보다 포괄적으로 제재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마련됩니다.

계층적 직장 명찰로 연결된 "승부조작"과 "직무방해"라 적힌 도미노가 차례로 넘어가는 모습이다.

사기죄와의 차별성: 보호 법익의 초점

부정 경기 공모를 편취 범죄로 혼동하는 주된 배경은 ‘기망’이라는 행위적 유사성에 기인합니다. 하지만 형법적 관점에서 사기죄와 위계에 의한 업무 방해죄는 지향하는 보호 가치 자체가 상이합니다. 전자의 본질이 사유 재산권 수호라면, 후자는 집단적 직무의 원활한 집행이라는 공동체적 기능을 지향점으로 삼습니다.

가담자가 특정 선수를 속여 금원을 취득했다면 개별적인 기망 행위가 성립할 수 있으나, 사법적 단죄의 무게추는 여기에만 머물지 않습니다. 오히려 승부의 순수성이 오염됨으로써 팬들의 신뢰가 붕괴하고 유관 단체의 정당한 운영이 마비된 지점이 훨씬 치명적입니다. 이러한 법리적 접근은 단순한 개인의 비행을 넘어선 구조적 병폐를 직시하게 합니다. 만약 이를 특정 주체의 일탈로만 한정하여 비난한다면, 이는 시스템의 모순을 외면한 채 희생양 메커니즘: 사회적 불만을 도박 중독자에게 투사하기와 같은 단편적인 낙인찍기에 그칠 위험이 있습니다.

결과적으로 검찰은 파생된 영향력의 광범위함을 고려해 공소 사실을 구성합니다. 자산상의 손실에만 국한한다면 단죄의 수위가 미미하거나 구성 요건 충족이 까다로울 수 있으나, 공적 업무 수행에 가해진 타격을 중심으로 평가할 때 해당 비위 행위의 중대성을 비로소 정교하게 포착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배임죄와의 비교 및 적용 한계

또 다른 유사 범죄로 배임죄가 있습니다. 배임죄는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가 그 임무에 위배하는 행위로써 재산상의 이익을 취하거나 제3자로 하여금 이를 취하게 하여 본인에게 손해를 가하는 죄입니다. 만약 선수가 소속 팀이나 리그에 대한 신임 관계 아래에서 임무에 위배해 조작에 가담했다면, 배임죄의 소지가 있을 수 있습니다.

그러나 배임죄는 ‘신임 관계’와 ‘임무 위배’, ‘재산상 손해’라는 구성 요건을 모두 입증해야 하는 까다로운 측면이 있습니다. 모든 승부 조작 사례에서 선수와 구단 간의 관계를 명확한 ‘신임 관계’로 규정하기 어려울 수 있으며, 피해가 재산적 손해로 한정된다는 점도 한계입니다. 반면, 위계에 의한 업무 방해죄는 ‘업무’의 존재와 ‘위계에 의한 방해’ 사실만 입증하면 되므로, 법적 적용이 상대적으로 용이하고 보호 범위도 넓습니다.

결국, 법원이 승부 조작에 대해 위계에 의한 업무 방해죄를 적극적으로 적용하는 것은 사기죄나 배임죄로는 포착하기 어려운 ‘공정한 스포츠 문화와 업무 질서’라는 보다 추상적이지만 핵심적인 공공의 이익을 보호하기 위함입니다. 이는 승부 조작을 단순한 계약 위반이나 개인적 비리가 아닌, 사회 전반에 대한 공격으로 규정하는 법사회학적 판단이 반영된 결과라 할 수 있습니다.

지금까지 설명한 바를 정리하면, 승부 조작을 처벌하는 데 있어 사기죄, 배임죄, 위계에 의한 업무 방해죄는 각기 다른 법적 초점을 가지고 있습니다. 아래 표는 이 세 가지 죄목이 승부 조작 사건에 어떻게 적용될 수 있는지, 그 핵심 차이를 한눈에 비교해 보여줍니다.

구분보호 법익 (중점)승부 조작 맥락에서의 주요 적용 대상입증의 핵심
위계에 의한 업무 방해죄업무의 정상적 수행 (사회적 기능)리그 운영, 방송 중계, 토토 판매 등 관련 기관의 공정 업무 전반위계(기망) 행위와 업무 방해 결과의 인과관계
사기죄개인의 재산권조작 주체가 선수나 관계자로부터 금전을 편취한 경우기망 행위, 재물/이익 교부, 인과관계
배임죄신임 관계에 기반한 재산적 이익선수가 구단이나 리그에 대한 신임을 배반하고 조작에 가담해 재산적 손해를 입힌 경우신임 관계, 임무 위배 행위, 재산상 손해 발생

이 표에서 알 수 있듯, 위계에 의한 업무 방해죄는 승부 조작이 초래하는 가장 광범위한 사회적 피해, 즉 다양한 주체들의 정상적인 업무 마비에 초점을 맞춥니다. 이는 승부 조작의 처벌 논리를 개인 간의 분쟁 차원을 넘어 사회적 공정성 유지라는 더 높은 차원으로 끌어올리는 역할을 합니다.

저울 한쪽에는 돈과 사기 표시가, 다른 쪽에는 시민의 핵심 권리를 보호하는 방패가 올려진 모습이다.

판례를 통해 본 실제 적용 사례

대법원과 하급심 판결들은 승부 조작 사건에서 위계에 의한 업무 방해죄를 어떻게 적용해 왔는지를 보여주는 중요한 지표입니다. 대표적인 프로야구 및 프로배구 승부 조작 사건에서 법원은 선수들을 매수한 조직폭력배나 배팅 사이트 운영자들에게 위계에 의한 업무 방해죄를 인정했으며, 그 논리는 다음과 같았습니다. 첫째, 선수들을 금전으로 유인해 경기에 임할 진정한 의사를 왜곡시킨 행위를 ‘위계(기망)’로 보았습니다. 선수들은 정상적인 승부욕과 사명감 대신 금전적 대가를 위해 경기에 임하게 되었고, 이는 순수한 경기 의사를 속인 것에 해당한다고 판단했습니다.

둘째, 이러한 조작 행위가 프로야구단의 공정한 경기 운영 업무, 방송사의 중계 업무, 그리고 한국야구위원회(KBO)의 리그 전반 운영 업무를 방해했다고 보았습니다. 특히 법원은 “프로스포츠 경기는 그 자체가 엔터테인먼트 산업의 일환으로서 수많은 관련 업체와 관중을 상대로 한 업무”라고 명시하며, 조작은 이러한 업무의 근간을 흔드는 행위라고 강조했습니다. https://www.thejointblog.com 내의 분석 자료에서도 주요하게 다뤄지는 e스포츠 대회 조작 사건에서도 비슷한 논리가 적용되었습니다. 대회 주최사의 공정한 대회 운영 업무와 스트리밍 방송 업무가 조작으로 인해 심각하게 훼손되었다는 이유로 위계에 의한 업무 방해죄가 성립한다고 판시했습니다.

형량과 함께 고려되는 요소

위계에 의한 업무 방해죄로 처벌될 경우, 그 형량은 단순히 조작에 가담했는지 여부를 넘어 여러 요소를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결정됩니다. 가장 중요한 요소는 조작 행위가 업무에 미친 방해의 규모와 정도입니다, 예를 들어, 포스트시즌이나 중요한 더비 경기를 조작한 경우, 단순한 정규리그 경기 조작보다 더 중한 형량이 선고될 수 있습니다. 이는 업무 방해의 결과가 더 컸다고 평가되기 때문입니다.

또한, 조작의 조직성과 지속성도 중요한 판단 기준입니다. 단발성이 아닌 지속적이고 조직적으로 다수의 경기를 조작한 경우, 그 사회적 파장과 업무 질서 훼손 정도가 훨씬 크다고 보아 가중 처벌의 요인이 됩니다. 피해 회복의 노력, 즉 범죄 수익의 반환 여부와 조작 사실을 자수하거나 수사에 협조한 정도도 양형에 반영됩니다. 궁극적으로 법원은 선고된 형이 승부 조작의 심각성을 경고하고, 스포츠 및 e스포츠 업계의 공정한 업무 환경을 회복시키는 데 기여해야 한다는 점을 고려합니다.

법적 논리의 확장과 한계 인식

위계에 의한 업무 방해죄를 통한 승부 조작 처벌은 기존 법체계 안에서 창의적으로 해악을 규제한 사례라고 볼 수 있습니다. 이 법리는 스포츠 경기나 e스포츠 대회를 단순한 ‘오락’이 아니라 수많은 이해관계자와 경제적 활동이 얽힌 ‘사회적 업무 체계’로 격상시켜 보호합니다. 이는 디지털 시대에 등장한 새로운 형태의 불법 행위에 대해 기존 법조문을 유연하게 해석해 대응한 것으로 평가받기도 합니다.

그러나 이러한 적용에는 일정한 한계도 존재합니다. ‘업무’의 범위를 어디까지 확장할 것인지, 그리고 ‘방해’의 정도를 어떻게 객관적으로 측정할 것인지에 대한 논의는 여전히 진행 중입니다. 또한, 소위 ‘개인 매치’처럼 공식 리그 소속이 아닌 온라인 게임에서의 조작 행위에까지 동일한 법리가 원칙대로 적용될 수 있는지도 명확하지 않은 부분이 있습니다. 이는 업무의 주체와 내용을 어떻게 정의하느냐에 따라 결론이 달라질 수 있는 문제입니다.

예방을 위한 제도적 보완의 필요성

강력한 법적 처벌은 필수적이지만, 그것만으로 승부 조작을 근절하기는 어렵습니다. 따라서 법적 논리와 병행하여 예방 차원의 제도적 장치 마련이 지속적으로 강조되고 있습니다. 대표적으로 스포츠 진실성 위원회와 같은 독립 감시 기구의 활성화, 선수 및 관계자에 대한 지속적인 윤리 교육, 그리고 공정한 경기를 보장하기 위한 기술적 감시 시스템 도입 등이 그것입니다.

또한, e스포츠의 경우 공식 대회 외의 수많은 비공식 대회와 스트리밍 콘텐츠에서 발생할 수 있는 조작 행위를 어떻게 관리할 것인지가 새로운 과제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이에 대응하기 위해 플랫폼 사업자와 리그 주최사. 게임 개발사가 협력해 자체적인 감시 및 제재 규정을 강화하는 움직임도 나타나고 있습니다. 법적 처벌은 최후의 보루이지만, 건강한 스포츠 및 e스포츠 생태계를 위해서는 조작이 발생하기 어려운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 더 근본적인 해결책임을 이 논리는 간접적으로 시사합니다.

승부 조작을 위계에 의한 업무 방해죄로 처벌하는 법적 논리는, 표면적인 기망 행위 너머에 존재하는 사회적 공정성과 업무 질서라는 보다 큰 가치를 보호하려는 데 그 취지가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