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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인주의와 속지주의: 해외에서 도박해도 한국 법으로 처벌받는 이유

속인주의와 속지주의의 기본 개념

법의 적용 범위를 결정하는 데는 크게 두 가지 원칙이 있습니다. 하나는 ‘속지주의’이고, 다른 하나는 ‘속인주의’입니다. 속지주의는 특정 국가의 영토 내에서 발생한 모든 범죄에 대해 그 국가의 법을 적용한다는 원칙입니다, 반면, 속인주의는 그 국가의 국민이 세계 어디에서 범죄를 저질렀든, 그 국민의 모국 법률에 따라 처벌할 수 있다는 원칙을 말합니다. 이 두 원칙은 상호 배타적이지 않으며, 많은 국가들이 자국의 법 체계에 따라 두 원칙을 병용하고 있습니다.

한국의 형법은 기본적으로 속지주의를 원칙으로 삼고 있습니다. 즉, 대한민국 영토 내에서 발생한 범죄는 한국 법으로 처벌한다는 의미입니다. 다만 동시에 특정 중대 범죄에 대해서는 속인주의를 예외적으로 적용하고 있습니다. 이는 국민의 해외 행위까지도 국가가 일정 부분 규율할 필요가 있다는 법적, 사회적 합의에 기반합니다. 따라서 한국 국민이 해외에서 한 행동이라도 무조건 자유로운 것은 아닙니다.

예를 들어 공공의 안녕과 사회 기본 질서를 해칠 수 있는 범죄, 또는 국제적으로 협력하여 단속해야 하는 범죄 유형에 대해서는 속인주의 적용이 더욱 두드러집니다. 해외에서의 도박 행위가 한국 법으로 처벌받을 수 있는 이유는 바로 이러한 법리적 배경 속에서 이해할 수 있습니다. 단순히 물리적 거리가 멀다고 해서 법의 손길이 미치지 않는 것은 아니라는 점을 명심해야 합니다.

한국 형법의 적용 원칙: 속지주의를 기본으로

한국 형법 제2조 제1항은 “본법은 대한민국 영역 내에서 죄를 범한 내국인과 외국인에게 적용한다”고 규정하여 속지주의 원칙을 명시하고 있습니다. 이는 국가 주권이 미치는 영토 내에서의 법적 질서 유지를 최우선으로 한다는 방침을 보여줍니다. 따라서 외국인이라도 한국 땅에서 범죄를 저지르면 한국 법에 따라 처벌받게 되는 근거가 바로 이 조항입니다.

이 원칙은 법의 예측 가능성과 공정성을 제공합니다. 누구나 특정 지역에 들어갈 때는 그 지역의 법을 따라야 한다는 보편적인 규칙이기 때문입니다. 속지주의는 국제법에서도 널리 인정되는 원칙으로, 국가 간의 법적 분쟁을 줄이는 데 기여합니다. 한국에서 활동하는 모든 사람은 이 기본 원칙 아래에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예외적 적용: 속인주의가 도입되는 경우

앞서 언급한 속지주의 원칙에는 중요한 예외가 존재합니다. 한국 형법 제3조부터 제5조까지는 대한민국 국민이 해외에서 특정 범죄를 저질렀을 경우에도 한국 법을 적용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습니다. 이를 ‘속인주의’ 또는 ‘적극적 속인주의’의 적용이라고 합니다. 이 예외 조항들은 국가가 국민에 대해 가지는 보호 의무와 함께, 국민의 해외 행위가 국가 이익이나 사회 질서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한 것입니다.

적용 대상이 되는 범죄는 형법에 직접 명시되어 있습니다. 대표적으로 내란·외환의 죄, 국기에 관한 죄, 통화위조·유통의 죄, 공문서위조·위조공문서행사·인장위조·위조인장행사의 죄 등이 포함됩니다. 이들 범죄는 국가의 존립과 안전, 경제 질서, 공공의 신용을 직접적으로 해치는 중대한 사안으로 분류됩니다. 해외에서라도 한국 국민이 이러한 행위를 하면 한국에서 처벌받을 수 있는 법적 근거가 마련되어 있는 셈입니다.

지구본이 반으로 갈라져 한쪽엔 국기를 든 사람 실루엣이, 다른 쪽엔 지도 안에 사람이 들어 있는 모습이다.

해외 도박 행위에 대한 한국 법률의 적용 근거

해외에서의 도박 행위가 처벌받는 직접적인 법적 근거는 ‘국외범’에 관한 규정과 특별법에 있습니다. 도박 행위 자체는 형법 제246조(도박과 상습도박)에 의해 규율되지만, 이 조항만으로 해외에서의 도박을 처벌하기는 어렵습니다. 여기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이 ‘국외에서 범한 죄’에 대한 일반 규정과, 도박 특별법인 ‘사행행위 등 규제 및 처벌 특례법’입니다.

사행행위 등 규제 및 처벌 특례법은 온라인 도박을 포함한 사행행위를 엄격히 규제하는 법률입니다. 이 법 제23조는 “대한민국 국민이 국외에서 이 법의 규정을 위반한 행위를 한 때에도 이 법을 적용한다”고 명시적으로 규정하고 있습니다. 이 조항은 속인주의 원칙을 구체적인 법률에 도입한 전형적인 예시입니다. 즉, 한국 국민의 신분으로 해외 현지나 온라인을 통해 도박 사이트를 이용하는 행위 자체가 이 특별법 위반에 해당할 수 있습니다.

적용의 핵심은 ‘대한민국 국민’이라는 신분에 있습니다. 따라서 외국에 영주권을 가지고 있거나 장기 체류 중인 한국 국민도 해당됩니다. 반면, 한국에서 합법적으로 운영되는 카지노(예: 강원랜드)에서의 게임은 해당 법률의 적용을 받지 않습니다. 이는 법이 금지하는 것이 ‘도박’ 그 자체보다는 ‘불법 사행행위’와 그로 인한 사회적 폐해에 초점을 맞추고 있기 때문입니다.

사행행위 등 규제 및 처벌 특례법의 역할

사행행위 등 규제 및 처벌 특례법은 단순한 도박 금지법을 넘어, 조직적인 사행산업의 확산을 막고 국민의 재산 보호와 건강한 사회 풍토 조성을 목표로 합니다. 이 법은 도박을 제공하는 행위, 도박장을 개설하는 행위, 그리고 도박을 알선하는 행위 등에 대해 중형을 규정하고 있습니다. 특히 온라인을 통한 불법 도박 장소 제공은 적극적인 단속 대상이 됩니다.

이 법이 해외 도박에까지 적용되는 이유는 현대화된 도박 유통 경로를 차단하기 위함입니다. 인터넷과 핀테크의 발달로 국경을 쉽게 넘나드는 온라인 도박이 활성화되면서, 단순히 국내만 규제해서는 실효성을 거두기 어렵게 되었습니다. 따라서 법은 대한민국 국민이라는 연결고리를 통해 해외에서 이루어지는 행위까지 규율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한 것입니다. 이는 국민 보호라는 명분과 함께, 해외로 유출되는 자본을 막고 범죄 수익의 세탁 등을 방지하려는 정책적 의도도 담겨 있습니다.

수사와 처벌의 실제 과정

해외에서 도박을 했다고 해서 항상 즉시 처벌되는 것은 아닙니다. 수사가 시작되기 위해서는 일반적으로 해당 행위가 수사 기관(예: 경찰, 검찰)에 발각되어야 합니다. 발각 경로는 여러 가지가 있을 수 있습니다. 해외에서의 대규모 자금 이동이 금융당국에 보고되거나, 이용한 해외 도박 사이트가 국제 공조 수사 대상이 되었을 때, 또는 주변인의 신고 등이 대표적인 경우입니다.

일단 수사가 개시되면, 수사 기관은 해당 국민의 출입국 기록, 금융 거래 내역, 통신 내역(메신저 대화 등) 등을 확보하여 해외 도박 사실을 입증하려고 합니다. 특히 국내 은행 계좌를 통해 해외 사이트에 입금한 내역이나, 가상자산을 이용한 경우의 거래 기록은 중요한 증거가 됩니다. 증거가 충분히 확보되면 검찰은 국내 법원에 해당 국민을 기소하게 되며, 법원은 사행행위 등 규제 및 처벌 특례법을 적용하여 판결을 내리게 됩니다.

처벌 수위는 행위의 규모, 횟수, 동기, 그리고 도박으로 인한 2차 범죄(사기, 횡령 등) 유무에 따라 달라집니다. 단순히 소액으로 몇 차례 이용한 경우와 상습적으로 거액을 투자하며 도박을 중개한 경우의 처벌은 현저히 다릅니다. 후자의 경우 법정 최고형인 7년 이하의 징역 또는 7천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질 수 있습니다.

한국 법전 위에 놓인 소리개와 외국 영토를 가리키는 빛나는 세계지도 위의 지워진 카지노 칩이 표현된 이미지입니다.

속인주의 적용의 범위와 한계

모든 해외 범죄 행위에 속인주의가 적용되는 것은 아닙니다. 한국 법이 해외에서의 한국 국민 행위를 규율하는 것은 원칙적 예외에 속하며, 적용 범위는 법률에 명시적으로 규정된 경우로 한정됩니다. 도박의 경우 사행행위 등 규제 및 처벌 특례법에 명백한 조항이 있기 때문에 적용이 가능한 것입니다. 반면, 해외에서 발생한 일반적인 교통사고나 민사 분쟁 등에 대해서는 한국 형법이 적용되지 않습니다.

적용의 또 다른 실질적 한계는 수사와 증거 확보의 어려움입니다. 해외에서 이루어진 행위에 대한 증거를 수집하려면 현지 정부의 협조가 필수적일 수 있으며, 이는 국제 사법 공조 절차를 통해 이루어집니다. 이 과정은 시간과 비용이 많이 들기 때문에 모든 사안에 대해 적극적으로 수사가 이루어지지는 않습니다, 따라서 법률상 처벌 가능성이 있다 하더라도, 실제 처벌로 이어지는 경우는 상대적으로 중대하거나 조직적인 경우에 집중되는 경향이 있습니다.

그러나 이는 결코 해외 도박이 안전하다는 의미가 아닙니다. 법적 리스크가 상존한다는 사실은 변함이 없으며, 정부의 단속 기술과 국제 협력은 지속적으로 강화되고 있습니다. 특히 가상자산을 이용한 익명 거래까지 추적 가능한 기술이 발전하면서, 과거보다 발각 가능성은 높아지고 있습니다. 따라서 ‘발각되지 않을 것이다’라는 안이한 생각보다는, 행위 자체의 법적 위험성을 정확히 인지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다른 국가들의 입장 비교

한국처럼 속인주의를 적용하여 국민의 해외 도박을 규제하는 국가는 생각보다 많지 않습니다, 많은 국가들이 속지주의 원칙에 더 충실하여, 자국 영토 내에서 운영되지 않는 해외 도박 사이트 이용을 개인의 자유 영역으로 두거나, 단순히 이용을 권장하지 않는 수준에 그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러나 미국과 같은 연방 국가의 경우, 주마다 법이 달라 특정 주의 법률이 주민의 해외 행위까지 규율하려는 시도를 하기도 합니다.

반면, 싱가포르나 중국과 같은 국가들은 한국과 유사하거나 더 엄격한 입장을 취하고 있습니다. 싱가포르는 국민과 영주권자가 해외에서 합법적으로 운영되는 카지노를 제외한 불법 도박에 참여하는 것을 금지하며, 위반 시 막대한 벌금이나 징역형에 처할 수 있습니다. 중국 또한 해외 도박을 엄격히 금지하고 있으며, 국경을 넘는 자금 이동을 철저히 감시합니다. 이는 도박으로 인한 사회적 비용과 자본 유출을 우려하는 정책적 판단에서 비롯된 것입니다.

아래 표는 한국과 주요 몇 개 국가의 해외 도박에 대한 법적 접근 방식을 간략히 비교한 것입니다.

국가기본 원칙해외 도박에 대한 국민 적용주요 근거 법률
한국속지주의 (예외적 속인주의)금지 (사행행위등규제법 적용)사행행위 등 규제 및 처벌 특례법 제23조
미국 (대부분 주)속지주의대부분 규제 없음 (단, 주법에 따라 상이)통일된 연방법 없음, 주별 법률 적용
영국속지주의해외 사이트 이용 자체는 불법 아님 (단, 영국 면허 없는 사이트는 이용자 보호 미적용)2005년 도박법
싱가포르적극적 속인주의엄격히 금지 (합법 해외 카지노 제외)도박법
일본속지주의일반적으로 규제 없음 (단, 카지노법 상 국외 도박 권유 등은 처벌)형법, 카지노법

이 표에서 볼 수 있듯, 각국의 접근 방식은 그 사회문화적, 정책적 배경에 따라 크게 차이가 납니다. 한국의 접근법은 비교적 규제적 성향이 강한 편에 속한다고 평가할 수 있습니다.

온라인 환경에서의 법적 쟁점

인터넷은 법적 공간의 경계를 모호하게 만들었습니다. 사용자가 한국에 앉아 해외 서버에 위치한 웹사이트를 접속하는 행위는, 과연 행위지가 한국인지 해외인지 논란의 여지를 남깁니다. 그러나 한국 법원과 법무당국은 이러한 온라인 도박에 대해 ‘행위지’를 접속한 물리적 장소, 즉 대한민국 영토로 보는 입장을 일관되게 견지해 왔습니다. 이 해석은 게임 산업 진흥에 관한 법률: 환전업 금지 조항을 포함한 관련 규제 체계와도 맞닿아 있으며, 단순 이용 행위라 하더라도 환전 가능성이 전제된 구조라면 위법성 판단의 대상이 될 수 있습니다. 따라서 국내에서 인터넷으로 해외 도박 사이트에 접속해 게임을 한 행위는, 사행행위 등 규제 및 처벌 특례법 제2조 제1항 제2호의 ‘사행성게임물’을 이용한 행위로 평가될 소지가 큽니다.

이러한 해석은 ‘결과 발생지’를 중시하는 관점도 반영하고 있습니다. 도박으로 인한 재산상 손실, 중독 등의 사회적 해악이 국내에서 발생하기 때문에, 국내 법률로 규율할 필요성이 있다는 논리입니다. 결국, 기술적 매개체가 인터넷이더라도 법적 평가의 초점은 행위자의 국적과 행위의 실질적 결과가 발생한 장소에 맞춰집니다. 이는 전통적인 속지주의의 영역을 확장해 해석한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실제로 많은 온라인 불법 도박 단속 사례에서, 수사 기관은 국내에 거주하는 운영자나 중개자, 그리고 이용자들을 동시에 적발하여 처벌합니다. 이용자에 대한 처벌이 상대적으로 가볍게 이루어질 수는 있지만, 법적 책임에서 완전히 자유롭지는 않습니다. 특히 상습적이거나 대규모 자금을 거래한 이용자의 경우 기소될 가능성이 높아집니다.

법적 리스크를 줄이는 올바른 이해

해외 도박에 대한 법적 처벌 가능성을 피하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당연히 해당 행위를 하지 않는 것입니다. 그러나 만약 관련 업계에 종사하거나 정보를 알아야 할 필요가 있다면, 법적 리스크의 정확한 범위를 이해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핵심은 ‘대한민국 국민’이라는 신분과 ‘해외에서의 행위’가 결합될 때 사행행위 등 규제 및 처벌 특례법 제23조가 발동된다는 점을 명심하는 것입니다.

이는 단순한 해외 여행 중 카지노 방문과도 구분되어야 할 부분입니다. 일시적인 관광 목적의 방문과, 상습성·영리성·조직성이 결합된 행위는 법적 평가가 완전히 달라집니다. 특히 온라인 플랫폼을 통한 반복적 참여, 자금의 지속적인 송금·회수, 제3자에게 수익을 분배하는 구조가 확인될 경우 단순한 ‘개인적 일탈’이 아닌 규제 대상 행위로 해석될 가능성이 높아집니다.

또한 흔히 오해되는 부분 중 하나는 “서버가 해외에 있으면 안전하다”는 인식입니다. 법적 판단의 기준은 서버 위치가 아니라 행위 주체의 국적과 실질적 행위 장소, 그리고 자금 흐름에 있습니다. 대한민국 국민이 국내에서 해외 도박 서비스에 접근하고 자금을 송금·회수했다면, 그 행위는 충분히 국내법의 적용 대상이 될 수 있습니다. 기술적 구조나 명목상의 해외 사업자 등록은 면책 사유가 되지 않습니다.

법적 리스크를 관리하기 위해서는 단편적인 정보나 커뮤니티의 경험담에 의존하기보다, 공식 법령과 판례의 흐름을 기준으로 판단해야 합니다. 특히 업계 종사자의 경우, 단순 이용자보다 훨씬 높은 수준의 주의 의무가 요구되며, 홍보·중개·운영 관여 여부에 따라 책임 범위가 크게 확장될 수 있습니다.

정리하자면, 법적 리스크를 줄이는 핵심은 ‘회피 기술’을 찾는 것이 아니라 경계선을 정확히 인식하는 것입니다. 무엇이 허용되고 무엇이 위험한지 명확히 이해할수록 불필요한 노출을 피할 수 있습니다. 불확실한 회색지대에 기대기보다는, 명확한 기준 위에서 판단하고 행동하는 것이 장기적으로 가장 안전한 선택입니다.